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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로스 정리 (ft. 그의 그림, 세계적인 인기 비결?)

밥 로스 정리 (ft. 그의 그림, 세계적인 인기 비결?)

최근 밥 로스가 이슈가 되고 있다. 그는 1981년부터 밥 로스 클래스를 운영하며 서양화가로 이름을 널리 알렸는데, 그의 미술작품의 특징은 덧칠 기법이다. 이는 물감이 마르기 전에 그 위에 덧칠하는 방법으로 이의 장점은 짧은 시간 안에 하나의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 유화 방식은 먼저 칠한 층의 유화물감이 다 마른 뒤 다음 층을 칠함, 좀 더 자세한 것은 뒤에 후술) 유화의 성질을 그대로 살리면서 빠른 시간 내에 그림을 완성할 수 있는 이런 방법은 당시 그림 그리기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획기적인 기법으로 느껴졌으며 이에 밥 로스는 많은 인기를 모으게 되었다.

특히 미국 PBS에서 1983년부터 1994년까지 방송된 그림을 그립시다라는 TV 프로그램은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주된 요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당 방송이 EBS에서 1990년대 방송되며, 그림을 업으로 삼는 이나 취미로 삼는 이 모두 생경한 느낌으로 그의 방송을 시청하기도 했다. 그의 그림에는 눈 덮인 높은 산이나 침엽수림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그가 알래스카 주에서 군 복무를 하였기 때문이다. 미국 공군 부사관 출신으로 20년 넘게 군 복무한 그는 그림 그리는 것을 본업으로 삼기 위해 전역하고 화가로 활동을 시작했던 것이다.

한편 그가 그림을 그릴 적마다 그림을 그린 이후 참 쉽죠 하고 얘기하는 것은 그의 상징이 되었다. 이것 말고 그의 명언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우린 실수한 게 아닙니다. 행복한 사고가 일어난 것일 뿐이죠. 삶을 느긋하게 보내세요, 그저 내버려두는 겁니다. 여긴 당신만의 세상이고, 당신이 창조자니, 캔버스에서 자유를 한번 누려보세요. 나는 할 수 있다고 믿으세요. 왜냐면 당신은 정말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그림을 그릴 때 그가 하는 말들은 하나같이 듣는 이로 하여금 긍정적이고 행복한 에너지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여기에 더해 아내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한 방송에서 밥 로스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인생에 빗대어 얘기하였는데, 요지는 슬플 때가 있어야 즐거울 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서 난 지금 좋은 때가 오기를 그다리고 있다. 이는 어둠을 그리려면 빛을 그려야 하고 빛을 그리려면 어둠을 그려야 하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빛 안에서 빛을 그리면 아무것도 없고, 어둠 속에서 어둠을 그려도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이다라고 했다.

군인이자 화가였던 그는 1942년에 미국 플로리다 데이토나비치에서 출생하여 1995년에 악성 림프종으로 향년 52세의 나이로 먼저 떠난 아내를 따라가기까지 밥 로스하면 떠오르는 것은 특이한 아프로 헤어와 덥수룩한 수염도 생각이 난다. 이런 그의 헤어스타일은 제대 후 그림을 그려 생활하면서 돈을 아끼기 위해 선택한 생계형이었다. 머리카락을 길러서 한 번만 파마하고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방송에서 유명세를 타면서 그의 상징적인 이미지가 된 것이다.

밥 로스 관련 영상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그의 왼손 집게 손가락이 잘려 있는 것인데, 어릴 적에 톱으로 일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한다. 그림을 본업으로 한 계기는 부업 삼아 하던 그림이 자신에게 툭하면 소리를 질러대는 상관을 보면서 차라리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앞서 마르기 전에 칠하는 그의 독특한 유화 방식을 좀 더 자세히 보면, 이는 정교한 디테일보다는 붓이나 나이프에서 나오는 우연을 이용해 복잡한 텍스쳐를 단숨에 완성하는 기술이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도 이의 대표적 예가 될 수 있으며, 그릴 때마다 달라지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덧칠 기법이 가능한 이유는 밥 로스의 물감이 색깔별로 점성이 다른데 따른다. 점성 정도는 어두운 색은 되고 밝은 색은 묽기에 그림을 그릴 때에 어두운 색부터 깔고 밝은 색으로 그리는 것이 좋다. 이러한 밥로스 기법을 일반 유화물감을 써서 그리려고 한다면 색이 겹쳐져서 뭉게진다.

 

이런 그의 그림의 의의는 취미 미술이다. 입문하기 비교적 어려운 유화를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술계에서 그를 무시하고 저평가하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일반인의 취미를 위한 대중 미술 역시 현대 미술에서 중요한 영역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행위이다. 밥 로스의 예술은 그들의 예술과 다른 것이지 예술이 아닌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그림은 형태를 정하고 하나하나 디테일을 정해가면서 그려 나가는 것이라는 일반 대중의 고정관념을 깬 것도 그의 그림이 가지는 의의라 할 수 있다. 이미 그려진 수풀이 붓으로 몇 번 칠하니 다시 호수가 되는 것이나 그때그때 마음 가는 대로 그려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낭만을 안기기도 한다. 여기저기 붓으로 칠하고 나이프로 문지르면 순식간에 풍경화의 진 풍경이 우리 마음에 아로새겨지는 것은 큰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로스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비결은 자신만의 유화 기법과 위의 대중적 요소를 지닌 그림 그리고 얘기해 볼 것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그가 잘 그리는 것은 그가 20년간 군복무했던 알래스카에 있을 법한 풍경들이다. 뒤에 산이 있고 앞에 풀밭과 나무가 있으며, 그 사이에는 물이 흐르거나 호수가 있는 이런 풍경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 해도 되겠다. 이에 반해 그가 거의 그린 적이 없는 해변의 파도나 황량한 풍경, 도시 풍경, 인물 등은 못 그린다. 그림이라는 것도 기억에 많이 좌우하고 경험에 역시 많이 좌우한다. 우리가 잘 그리는 그림은 우리의 기억 속에 내재한 까닭이다. 이에 밥 로스처럼 우리도 어떤 분야이든 자신만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치중하고 가외적인 것들을 하는 것이 맞다.